일상에서

조병화

나만의 향기 2012. 7. 5. 19:57

조병화,『해가 뜨고 해가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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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가장 짧은 시 중의 하나이지만, 대단히 중요한 작품입니다.
구라파 여행을 마치고, 파리에선가, 런던에선가에서 탄 대한항공기가 캐나다 북쪽 그린랜드 상공을 통과하고 있을 때, 황무지 같은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저런 언 동토에서도 생명들이 살고 있을까, 생명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서로 잡아먹고 살게 마련인 서로간의 천적(天敵)이 있을 법인데, 저런 살기 어려운 곳도 천적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자, ‘그럼, 너의 천적은 누구란 말인가’하는 생각으로 이어져 버렸습니다.
그렇게 이어지자 ‘그것은 나 자신이 아닌가’하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실로 나를 살리고, 죽이고, 망치고 하는 것은 나 자신이지, 다른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나의 천적은 나 자신’, 이렇게 결론을 수긍하면서 참으로 긴 내 인생, 그 천적을 잘도 이겨내면서 잘도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곤 했습니다.
첫째, 나는 내 천적인 내 자신을 “시간을 잘 아낀다”라는 시간 애용으로 이겨나온 것입니다. 철저하게 시간을 아끼면서, 이용하면서, 여유있게, 시간을 인생의 전재산으로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겁니다. 그래서 그 시간으로 내 천적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겁니다.
둘째로는 “부지런하게 살자”라는 근면 정신으로 이겨나왔던 겁니다. 내가 내 자신을 생각해 보아도 참으로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하게, 성의를 다하며, 힘차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셋째로 “내 재능 다하여 보다 많은 인생을 살자”하는 ‘꿈으로’ 내 자신을 이겨나온 것 같습니다. 꿈같이 인간에 있어서 큰 힘은 없는 겁니다. 꿈을 줄기차게 이루어 나가는 것처럼 큰 힘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천적을 이겨내는 힘은 시들지 않는 꿈이며, 꿈이 실천되어 나가는 그 정신의 즐거움입니다.
천적을 이긴 힘, 시간, 근면, 꿈, 아직도 나와 내가 싸우고는 있지만 이렇게 오래 견디고 있습니다.
조병화,『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p. 256.

 

* 나의 천적은 나였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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